서울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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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A7M3를 쓰지만 처음에 입문용으로 구매한건 a6000이다.

게다가 처음 흥미를 가진 계기가 되었던 사진들이 야경사진인지라 미세먼지 없는 날 맑은 하늘을 매일같이 기더렸던게 기억이 난다.

그래야 시정거리가 좋아지고 하늘이 이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조건이 들어맞는 날, 바로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서 남한산성으로 출발했다.

명소라고 소문만 들었지 땡여름에 오후 네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줄이야..

저마다 성벽에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해가 지길 기다리더라.

마침 자리가 하나 비어 나도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그늘에서 기다렸다.

6시 50분 경

근데 뭔가 이상하다. 왜이렇게 뿌옇지....?

아니야.. 아닐거야..

7시 경

시간이 갈수록 뿌얘진다.

망했다. 우리 나라의 기상이 시시때때로 변한다지만.. 먼길을 달려왔는데 이러면...

그래도 간게 아까우니 해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마음 먹었다.

기다리면서 롯데타워의 거대한 그림자도 한 컷 찍어보고..

광각으로도 담아 봤다.

그러다가 해가 떨어질 때쯤 되니 점점 도시가 선명해져오기 시작한다.

해가 지기 직전, 도시가 황금색으로 물든 모습이 너무 이뻤다.

알록달록한 도시의 색깔이 해가 저 너머에 반 쯤 걸치니 의도치 않게 단색의 세상이 되었다.

알고보니 해를 정면에서 보고 있었으니 도시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에 들어와 전체적으로 밝고 뿌옇게 보이는 것이다.

도시 전체를 거대한 그림자가 집어삼킨 느낌. 도시의 가로등은 일몰이 되어야 켜진다. 일몰 직전이라 가로등과 도시의 불빛이 없는게 참 절묘하다고 생각한다.

해는 완전히 떨어졌고 도시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가 참 좋아하는 야경 사진이 나왔다.

찍을 때는 잘 몰랐는데 달이 절묘한 위치에 걸쳐서 뭔가 운치있게 나온 느낌이다.

이 전까지는 야경은 무조건 쨍하고 빛이 멋드러지게 갈라져야 야경사진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진은 초점도 잘 맞고 흔들리진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뿌옇다. 게다가 빛갈라짐도 거의 없다.

근데도 저 롯데타워와 1/3지점에 위치한 의도치 않은 달이 하늘을 꽉 채워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해와 달이 지고 어둠이 하늘을 점령했을 때는 도시의 불빛만이 사진에 알록달록하게 담겼다.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설레인다. 카메라의 액정이 좋은 편이 아닌지라 카메라로 확인해도 전체적인 느낌만 잡을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옮긴다해도 시원하게 보이지 않으니 집에서 직접 컴퓨터로 옮겨봐야 자세한 판단이 되기 때문이다.

게중에는 흔들린 사진도 있고 노출이 안맞은 사진도 있고 전체적으로 실패할 때도 있지만 셔터를 몇백번 누르면서도 한 장이라도 건지면 정말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래서 취미가 좋은거같다.